역삼동 갈비 갈매기살 맛집 추천 / 역삼 노상 술집
나는 루프탑이라는 장소 자체를 미국에서 처음 가봤다. 플랫아이언 빌딩 바로 옆에 있는 루프탑이었는데, 칵테일을 마시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서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. 그때의 좋았던 기억 때문일까. 한국에 와서도 루프탑이라면 굳이 굳이 친구들 멱살을 잡고라도 가려했고(미안하다..), 을지로의 노상 혹은 야외 테라스 등 오픈형 펍에도 환장하는 타입이다.
우리 사무실은 역삼역에서 도보 7분 정도 거리의 구역삼세무서 사거리 근처에 위치해있는데, 한 달 전쯤 팀원이 양재천 근처에 괜찮은 펍이 하나 있다길래 같이 가는 길에 우연히 오늘 소개할 고깃집을 보게 됐었다. 바깥에서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 나는 아 언제 한번 친구들이나 팀원들이랑 여기서 회식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팀원 4명 중 나 포함 3명이 백신 접종을 마쳐서 몇 달만에 회식을 할 수 있었고, 날이 더 추워지기 전 그 장소를 소개를 하고 싶은 마음에 포스팅을 적는다. 위에 잠깐 나온 펍은 '레니'라는 LP 바인데, 약간 외딴곳에 있어서 자주 가기는 힘들고 근처에 들를 일이 있다면 퇴근 후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드린다.
역삼역에서 구역삼세무서 사거리 가는 방향으로 쭉 가다 구역삼세무서 사거리에서 조금만(한 1분?) 더 내려오면, 위의 사진처럼 바깥에 은색 화로대 테이블과 편의점 의자들이 줄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. 하나의 가게는 아니고, 모두 다른 가게들의 야외 테이블들이다. 우리는 그중 마포갈비&갈매기라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.
나는 캠핑 중독 수준의 인간이라 숯은 정말 질리도록 봤지만, 볼 때마다 늘 새롭고 설렌다. 숯불 위에 그릴이 있고, 잘 달궈진 그릴 위로 고기들이 올라갈 때 들리는 소리란... 아무튼 대학생 때 마포갈매기를 참 좋아했는데. 생각해보니 마갈 이 요새는 잘 안 보이는 듯하다. 갑자기 마갈에서 먹던 옆에 두르는 계란찜 먹고 싶네..
야외의 장점은 답답하지 않고, 냄새도 배지 않으면서 9월 초가을 날씨에는 해 질 녘 이른 노을 아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맥주 한 잔 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싶다. 이 날은 금요일이었는데, 그래서였는지 더욱 여유롭고 가벼운 마음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.
순식간에 맥주와 갈매기살 4인분을 해치우고 갈빗살(늑간살) 4인분 추가. 원래 주로 팀 회식은 역삼 풍년집(여기도 정말 맛집이다. 다진 마늘로 코팅된 소갈빗살을 숯불에 구워 먹는데, 다음에 포스팅을 할 기회가 있다면 해두려 한다)을 주로 갔었는데, 그래도 저렴한 편이긴 하지만 소고기라 그런지 맘 놓고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역시 돼지고기는 다르다. 막 시켜~!
여담이지만 팀원 4명 모두 음악을 해서(밴드부터 디제잉, 프로듀싱까지 참 신기하게 분야도 다양하다) 음악 이야기도 하고, 잡다한 이야기도 털면서 금세 8인분을 해치웠다. 술자리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술은 못 먹는 나를 위해 맥주만 한 병 더 시키고, 바로 냉면으로 패스. 냉면은 일반적인 딱 정석 함흥냉면 그 자체. 어느덧 노을도 꽤 짙어진다.
평화로운 금요일 저녁의 술자리. 평소에 저나트륨 식단에 다른 먹을 거에도 신경 쓰고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 이유는,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폭식을 하기 위함이라... 역시 즐거움 중의 최고는 먹는 즐거움이다. 이제 가을이 왔으니 여름 동안 쉬었던 달리기도 다시 시작해야지(제발!).
시국이 시국인지라 회식은 잘 안 하는 듯 하지만(비어있는 자리가 좀 있긴 했다),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멋진 맛집이었다. 추천!